한·EU FTA 가서명 10문 10답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대한 가서명이 협상 시작 2년7개월 만인 지난 15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EU집행본부에서 이뤄졌다. FTA가 무역장벽인 관세를 없애거나 낮춰서 두 나라간 경제고속도로를 놓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EU는 과거보다 더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됐다.

대부분의 공산품 관세가 3년 이내에 철폐되기 때문에 한국과 EU의 교역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포도주와 화장품, 명품 등 유럽산 제품들의 가격도 낮아져 우리 소비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처럼 거대경제권인 EU와의 FTA가 가지고 올 경제적 효과와 의미, 향후 진행 절차 등을 살펴본다.



1.EU와의 FTA 어떤 효과가 있나

EU는 2008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이 18조4000억달러 수준으로 미국(14조3000억달러), 일본(4조9000억달러)을 능가하는 세계 1위 경제권을 구성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EU와의 FTA 가서명을 통해 미국과 인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등 세계 주요 경제권과 시장통합을 이루게 돼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대외경제연구원은 한·EU FTA체결시 우리 경제가 GDP 2~3% 추가성장, 수출물량 2.5~5% 추가확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유럽 코펜하겐연구소는 한·EU FTA체결시 EU는 최대 43억유로(실질GDP의 0.05%), 한국은 최대 100억유로(실질GDP의 2.32%) 소비자후생 증가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한·EU FTA의 수혜업종은 무엇인가

이번 한·EU FAT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업종은 자동차가 꼽힌다. EU의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10~22%로 우리나라의 8~10%보다 높다. EU는 FTA가 발효되면 승합차(10~16%)에 대한 관세를 즉시 없애고 ▲1500㏄ 초과 중대형 승용차(10%)와 20t 초과 디젤 화물차(22%)의 관세는 3년 이내 ▲1500㏄ 이하 소형승용차(10%)와 5t 이하 디젤 화물차(22%)에 대한 관세는 5년 이내에 없애기로 했다. EU로 수출하는 승용차가 쏘나타와 투싼, 싼타페 등 준중형급 이상이 대부분이어서 일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품목인 정보기술(IT)과 가전제품도 한·EU FTA타결의 수혜품목으로 꼽힌다. EU는 우리나라 주요 수출 가전제품인 에어컨(27%), TV 및 TV용 브라운관(14%), 전자레인지(5%), 냉장고(1.9%) 등 2~27%까지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3.손해를 보는 업종도 생길텐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화학과 기계분야다. EU가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은 의약품(2008년 기준, 16억달러)과 자동차부품(15억달러), 정밀화학원료(12억달러), 화학공업제품(10억달러) 등 화학과 기계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이들 품목에 6.5~8%의 관세를 매기고 있지만 FTA타결 3년 이내에 대부분의 관세가 사라진다. 유럽산 명품 의류에 부과되던 8~13%의 관세가 사라지게 돼 국내 의류산업에 타격이 예상된다.

관세율이 15%인 포도주는 FTA발효 즉시 관세가 없어지며, 위스키(20%)는 3년 내, 보드카·브랜디·데킬라(20%)는 5년 내, 맥주(30%)는 7년 내에 관세가 사라져 국내 주류업계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4.농축산업 피해는 크지 않나

쌀과 쌀 관련 품목은 양허대상에서 제외돼 쌀 농가의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축산물의 경우 FTA발효 10년이 흐른 뒤부터는 피해가 불가피하다. 국내 시장의 77.4%를 점유하고 있는 유럽산 냉동 삼겹살의 경우 10년 후에 현행 25%의 관세가 사라지게 된다. 조제분유(36~40%)와 버터(89%) 등도 10년 내에, 치즈(36%)는 15년 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EU FTA발효 15년 차에 국내 농축산물의 생산액 감소가 2369억∼3060억원 수준이 되고, 이중 94%가 돼지고기, 낙농품 등 축산에 집중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5.소비자들에게는 어떤 혜택 돌아오나

소비자들은 유럽산 포도주 등 주류와 명품, 자동차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포도주는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소비자 가격 3만6000원대인 프랑스 와인 무통 카데의 경우 3만1000원선까지 하락하고, 22만원대인 샤토 탈보 2005년 가격이 19만1000원대로 떨어진다.

위스키는 3년부터 관세가 하락, 임페리얼 12년산 위스키의 경우 2만8000원선에서 2만4000원선으로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샤넬과 루이비통, 페라가모 등 국내에서 인기있는 유럽산 명품 가격도 하락하고, 유럽산 화장품 관세도 철폐돼 8% 정도의 가격 인하효과를 갖게 된다.

유럽산 자동차는 관세 철폐로 7~10% 정도의 가격 인하 효과가 예상된다. 수입차 중 인기가 좋은 BMW528은 가격이 6700만원대에서 6200만원대로 하락요인이 생긴다.

6.샴페인이라는 단어 못쓰나

한·EU FTA에는 지리적표시(GI)를 상호보호한다는 내용의 합의가 들어가 있다. 간단히 말해 ‘순창 고추장’ 같은 이름에 저작권 같은 지적재산권을 부여해 함부로 쓸 수 없게 한 것이다. 한국은 64개, EU는 162개 품목을 GI보호품목으로 정했다. 유럽이 술의 본고장이다보니 EU측이 정한 GI보호품목에는 포도주와 증류주가 102개나 된다. 이 가운데는 샴페인, 스카치위스키, 코냑처럼 우리에게 일반 명사처럼 쓰이는 이름들이 포함돼 있다. 발포성 와인을 통칭하는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백포도주에만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스카치위스키는 영국의 북부 스코틀랜드 지방의 위스키만을, 코냑은 프랑스 코냐크지역의 증류주만을 뜻한다. 따라서 관련 상품에 이들 이름을 쓰는 것은 물론 이름 뒤에 ‘~종류’ ‘~유형’ 등의 표현을 붙여서도 안된다. 다만 협정발효 전에 출원된 상표 등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7.한·EU FTA는 언제 발효되나

별 문제없이 향후 일정이 진행되더라도 내년 7월 이후에야 발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그만큼 거쳐야 하는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EU는 회원국이 27개국이나 된다. 이 때문에 협정문을 회원국이 쓰는 22개 언어로 번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동안의 관행으로 볼 때 3~4개월은 족히 소요된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양측간 정식서명이 이뤄지게 된다. 이후 EU는 EU의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고 우리나라는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비준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

이 절차가 완료되고 서로 필요한 국내 절차가 완료됐다는 통보를 하면 통보한 날부터 60일 이내 또는 양측이 합의한 날에 협정이 공식 발효된다.

8.한·EU FTA발효에 걸림돌은 없나

양측 모두 국내 이익단체의 반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EU와의 FTA로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농민단체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유럽의 경우 관세 보호막이 사라지는 자동차 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가서명이 이뤄진 15일 “한·EU FTA는 한국 자동차회사에 값싼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환급을 허용, 부당한 이익을 주고 있다”고 반대성명서를 냈다. 자동차 업계 요구에 이탈리아는 정부차원에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EU는 회원국들의 반대로 EU의회 승인이 지연되더라도, EU이사회에서 FTA 잠정발효를 할 수 있어 예상보다 쉽게 발효가 될 수도 있다.

9.한·미 FTA에 영향을 미칠까

한·EU FTA는 현재 타결 이후 답보상태인 한·미 FTA비준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동차업계의 반대에 한·미 FTA비준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한·EU FTA가 한·미 FTA보다 빨리 비준될 경우 한국시장에서 관세(8%)를 짊어진 채 질 좋은 유럽산 자동차와 경쟁해야 한다. 부담이 되레 커지는 셈이다.

실제 1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을 통해 “유럽 집행위원회가 한·EU FTA의 내년 하반기 발효를 기대하는 데 반해 미국은 노조 정치공작으로 한·미 FTA가 교착된 상태”라면서 “노조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복종 결과 미국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유럽기업들에 비해 불리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한·미 FTA비준을 촉구했다.

블룸버그도 존 베로뉴 전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의 말을 인용해 “(한·EU FTA가) 미 행정부와 의회가 무역 자유화를 추진할지에 대해 햄릿처럼 행동하고 있는 동안, 전세계는 앞으로 나가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다음 FTA체결국은 어디가 될까

우리나라가 현재 FTA협상을 진행 중인 상대국은 캐나다와 걸프협력협의회(GCC), 페루, 뉴질랜드, 호주, 멕시코 등 6개 국가다. 이들 국가 가운데 차기 FTA타결국으로 유력한 곳은 자원부국인 GCC와 페루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바레인 등 6개국으로 이뤄진 정치·경제협의체다. 소속 국가에서 알 수 있듯이 GCC는 전 세계 원유매장량의 40%, 천연가스 매장량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자원 보유국이다. 양측간 타격을 줄 만한 산업이 없어 FTA협상 진행 속도가 빠르다.

페루는 확인된 원유 매장량이 10억배럴, 천연가스 11조입방피트로 에너지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페루는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이 방한하는 11월에 FTA타결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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